니콘 Nikon AF NIKKOR 70-210mm 1:4 /90%

이 렌즈는 87년도에 1년 반 정도만 반짝 생산했던 관계로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렌즈는 아니지만,  (보다 신형이고 한 스톱 밝은 AF 니콜 80-200 F2.8 렌즈를 판매하기 위한 사전포석형 렌즈라고도 불린다.) 80년대 후반이라는 생산 년도에서 알 수 있듯, 이 렌즈는 매우 오래된 구형 렌즈이며, 오직 중고로만 구할 수 있다. 다만 오래된 구형 렌즈인 만큼 상태가 아주 좋은 것들은 더더욱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HN-22 스크류 마운트식 철제 후드가 전용 옵션이며, 필터 구경은 62mm로 비교적 소구경이지만, 고정 밝기 렌즈답게 줌 비율에 상관없이 경통 길이는 전체적으로 고정이며, 대물렌즈를 들여다보면 뒤쪽까지 나름대로 시원하게 뻥 뚫려 있다. 무게는 조금 나가지만 전군 유리알 렌즈이고, 역시 고정밝기의 니콜 렌즈답게 F4 조리개의 최대 개방 화질도 전 영역에서 우수한 편이다

수동렌즈 시절부터, 여러 카메라 제작 회사에서는 200mm 급에 F4 고정 조리개의 컴팩트한 망원렌즈들을 많이 생산했는데, 이 렌즈들의 모양이 마치 김밥 같다하여 일명 ‘김밥렌즈’라고 불린다. 당시에 그 정도의 망원화각에서 F4 밝기라는 것은 굉장한 것이었다. 대부분 한스톱 더 어두운 F5.6 까지 떨어지는 가변 조리개 렌즈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스플릿 포커스 스크린으로 초점을 맞추는 수동식 SLR들은, 렌즈의 밝기가 어두울 경우 스플릿의 반쪽이 까맣게 보이면서 초점 잡기가 매우 힘이 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 F4 고정 조리개는 매우 유용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 명성은 자동초점 렌즈에까지 이어져서, 캐논이나 미놀타 등에도 비록 구형이지만 F4 고정 조리개의 200mm 급 망원 렌즈들은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평이 좋다. 근래에는 F2.8 고정밝기에 렌즈무게만 1kg 이 가볍게 넘어가는 대구경 망원렌즈들이 주력이 되었고, 이런 렌즈들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김밥형 렌즈들의 해상력과 성능은 만만치 않으며, 200mm 고정 조리개 렌즈치고는 한 스톱 밝은 F2.8 렌즈들에 비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가볍고 컴팩트하다는 장점이 있어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